이 글은 『완벽한 공부법』 (고영성, 신영준 지음)의 내용을 체화하기 위해, 챕터 별 내용 요약과 제가 이해한 바를 섞어 작성한 글입니다. 저의 오독이 있을 수도 있고, 감상과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니 책을 꼭 읽어보시길 당부드립니다^^
메타인지 나를 모르면 공부도 없다
『완벽한 공부법』은 각 장(章)마다 명언을 하나씩 적어 놨는데요, 두 번째 장의 명언은 너 자신을 알라 (from. 델포이 신전)입니다. 메타인지(metacognition)를 설명하는 데 이 명언을 대체할 말이 있을까 싶네요.
메타인지는 1976년 미국의 발달심리학자 존 플라벨이 만든 용어입니다.
meta=about(~에 대하여)의 그리스어
cognition=인식, 인지
메타인지(메타콕니션)=자신의 인지 과정에 관한 인지 능력 (=상위 인지, 초인지)
검색으로 '인지(認知)' 뜻을 찾아봤어요. (표준국어대사전)
1. 어떤 사실을 인정하여 앎.
2. 법률 혼인 외에 출생한 자녀에 대하여 친아버지나 친어머니가 자기 자식임을 확인하는 일.
3. 심리 자극을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일련의 정신 과정. 지각, 기억, 상상, 개념, 판단, 추리를 포함하여 무엇을 안다는 것을 나타내는 포괄적인 용어로 쓴다. ≒인식(認識).
'내가 어떤 정보(자극)를 어떻게 받아들여 저장하고 꺼내 쓸 수 있는지, 그 일련의 과정을 안다'로 풀어봤는데요, 무슨 도돌이표 노래 같네요^^; 다시 말해, 내가 뭘 아는지를 안다는 것(=뭘 모르는지도 앎)
여러분은 자신이 뭘 알고, 뭘 모르는지 확실히 아세요? "네!"라고 답하려니 저는 새삼 머뭇거려지는 거 있죠☞☜
'자신이 뭘 아는지를 안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요? 저자들이 소개하는 실험 하나를 옮겨 볼게요.
코넬대학 저스틴 크루거와 데이비드 더닝 교수는 '유머감각'을 객관적으로 측정해 보고 싶었어요.
두 교수는 유명 코믹 작가의 재밌는 이야기 30개를 선정한 후 먼저, 코미디언들에게 각 이야기의 점수를 매겨 달라 했습니다.
그다음, 코넬대 학부생들에게도 이야기의 점수를 매겨 달라고 했어요.
코미디언들과 비슷한 평가를 한 학생일수록 유머 감각이 높겠죠?
실제로 유머 감각이 높은 학생들의 평가는 코미디언들의 평가와 78% 일치했습니다.
반면, 유머 감각 하위 25%의 학생들은 코미디언들이 재미없다고 평가한 이야기 중 56%를 재밌는 이야기로 꼽았어요.
더 기막힌 사실은, 안 웃기는 학생일수록 자신의 유머감각을 과대평가했다는 겁니다.
자신의 유머감각에 대한 여러분의 메타인지는 어떤가요? '내가 유머감각은 쫌 되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핵노잼 캐릭터가 누구냐'는 질문에 지인들이 당신을 가리키지는 않나요? 후훗~^0^
상위 0.1% 메타인지와 공부
메타인지는 유머감각에만 해당하는 게 아닙니다. 메타인지 능력의 차이는 공부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죠.
소위 말하는 우등생들, 수능 상위 0.1% 학생들은 왜 공부를 잘할까요? 대체 뭐가 남다른 거죠? 타고난 IQ? 엄청난 사교육?
EBS 제작팀은 수능 상위 0.1%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업 성취도와 기억력의 상관관계>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기억력 테스트를 합니다.
A그룹은 0.1%의 학생들, B그룹은 일반 학생들이죠.
서로 연관성 없는 단어 25개를 외우게 합니다. 각 단어당 보여주는 시간은 3초씩. 25개 단어를 모두 본 후 3분 내에 기억나는 대로 쓰면 됩니다.
어느 그룹이 더 많은 단어를 기억했을까요? 당연히 A그룹?의외로 두 그룹 모두 외운 단어는 평균 8개 내외로 차이가 없었어요.
맞춘 단어의 개수는 차이가 없었지만, 25개 단어를 본 후 "몇 개를 맞출 것 같냐"는 인터뷰에 대한 답은 달랐습니다. A그룹은 한 명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이 예측한 개수와 실제 정답수가 일치했고, B그룹은 자신이 몇 개를 맞출지 맞춘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실험 결과 아닌가요?
학창 시절의 공부는 결국 '시험'을 통해 자신의 지적능력을 증명하는 게 미션입니다. (공부의 본질이 뭐냐는 물음은 제 깜냥 밖의 주제이니 논외로 하고요^^;)
아는 문제는 실수하지 않는 한 당연히 맞출 수 있을 테고, 결국 시험공부는 모르는 문제를 얼마나 잘, 빨리 줄여나가는지가 관건입니다.
자기가 뭘 모르는지 알면 퐉퐉 줄여나갈 수 있겠죠.
뭘 아는지, 뭘 모르는지 모르는 사람은 어떨까요? 이미 알고 있는 것도 학원 가서 세월아, 네월아 또 듣고~들었는데도 자기가 아는지 모르는지 몰라서 인강 또 듣고... 귀한 시간을 허비하며 비효율적인 공부를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상위 0.1퍼센트의 학생들은 학원을 안 다니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계시겠죠?
설문조사 결과 0.1퍼센트 학생들의 60.8퍼센트가 사교육을 받았고, 일반 학생들은 72퍼센트가 사교육을 받았다. - 본문 p059
일반 학생들 보다는 확실히 사교육 의존도가 낮죠? 60.8%도 높은 거 아니냐고 따지실 분들도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중요한 차이는 학원게 다니냐, 안 다니냐가 아닙니다. 학원에 '왜' 다니냐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거든요.
0.1퍼센트의 학생들은 분명한 목적을 갖고 학원에 갑니다. 자기가 뭘 모르는지 아니까요. 딱 자기가 모르는 그 부분을 다시 듣고 이해하기 위해 학원을 이용합니다. 그리고는 여기저기서 모은 정보들을 체화(=장기기억 단계)하기 위해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죠.
그 외 많은 학생들은 어떤 목적을 갖고 학원에 다닐까요?
고등학생의 경우 학원에 다니면 스스로 공부할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학원에서 유명 강사의 강의를 듣고, 조금만 어려워도 금세 학원에서 해결해 주기 때문에 느낌으로는 많이 안다는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결국 지식은 스스로 구축해 나갈 때에 자기화가 된다. 0.1퍼센트의 아이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3시간은 개인 공부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신 박사도 성적이 하위권인 학생들을 상담하면서 상위권 학생들과 정반대 현상을 확인했다. 학원에 다녀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데 왜 계속 학원에 다니는지 질문하면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많은 하위권 학생들은 학원에서 학습하기보다는 공부한다는 안도감을 느끼려고 학원에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공부한다는 느낌은 받지만, 실제 학습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이 극명한 차이는 메타인지 차이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본문 p.059)
결국 메타인지가 낮기 때문에 즉, 자신이 무엇을 알려고 하는지도 모른채 '항불안제' 대신 학원에 앉아 있는 셈이죠. 그렇다면 메타인지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메타인지는 크게 메타기억(metamemory)과 메타이해(metacomprehension)로 나뉩니다.
메타기억 =자신의 기억에 대한 인지 과정을 아는 것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기억하는지 알고 있나요? 혹은 효율적으로 기억하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 있나요?
토마스 넬슨 연구팀의 실험에 따르면, 학생들은 외우기 어렵다고 느껴지는 항목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암기를 한다고 합니다. "엄훠! 저도 그래요!"라고 푸쳐핸썹 하시는 분들 꽤 많을 거라고 생각되는데요(저도요.. lol),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제 난이도와 학습 시간의 상관관계는 아주 절대적이지는 않다고 합니다. 어려운 문제를 오래 붙들고 있을 뿐 실제적으로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거죠.
올바른(=과학적으로 검증된) 기억 전략이 있는 사람이 공부를 잘할 수밖에 없는데, 안타깝게도 성적이 낮은 학생들의 경우 기억 전략이 아예 없거나 잘못된 전략을 쓰는 경향이 강합니다.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은 법칙 말이죠
1) 무한 반복하다 보면 잘 외워짐 (=비효율적)
2) 큰 소리로 읽으면 잘 외워짐 (=암기와 상관없음)
3) 더 큰 글씨로 보면 잘 외워짐 (=암기와 상관없음)
비효율적이거나 암기와 전혀 상관이 없는 법칙들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 <기억> 장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메타이해 =언어를 잘 이해하는지를 아는 능력
똑같은 글을 읽고도 해석은 천차만별입니다. 한 편의 글이 내포한 의미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러 누군가의 해석은 본문의 내용과 전~~혀 다른 방향의, 심지어는 정반대의 해석일 때도 있죠. 본인은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만, 내용에 대해 질문을 했을 때 답변을 못하면 메타이해가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연구결과는 많은 대학생들의 메타이해가 떨어진다고 증명하고 있습니다. 한편 메타이해가 떨어지는 학생들 스스로는 본인의 읽기 능력을 상당히 과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네요. 다시 말해, 누가 봐도 잘못 이해했는데 본인은 "저 정답인 것 같아요, 데헷!" 이런다는 거죠.^^;
소개팅 상대가 "전 당신에게 부족한 사람인 것 같아요, 좋은 사람 만나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더니 "당신의 부족함을 제 사랑으로 채우겠습니다"라며 '나 좀 멋있는데'라고 착각하는 유의 사람인가봉가...
책 본문에 메타이해를 위한 실천사항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아래 질문 중, 본인이 '아니오'라고 답한 부분은 앞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계획해보라고 권하네요.^^
-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주의를 기울여 읽지 않았음을 알았을 때 그 부분을 다시 세심하게 읽는가?
- 짧은 단락을 읽고 난 뒤에 자신이 방금 읽은 내용을 자신의 말로 요약해 보는가?
- 책을 읽을 때 요약정리된 부분이나 연습문제를 꼭 푸는가?
- 책에 나온 아이디어들을 서로 연계시켜 보려고 노력하는가?
- 자신이 모르는 용어가 나왔을 때 사전이나 검색을 통해 용어를 완전히 이해하려고 노력하는가?
- 시험공부를 할 때 자신이 어렵다고 여기는 부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가?
- 읽은 자료들의 필요성에 대해 평가하고 적절히 분류해서 정리하는가?
메타인지는 어떻게 향상되는가?
앞의 내용을 토대로 메타인지를 향상시키는 키워드는 결국 '기억'과 '이해'라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메타인지를 높일 수 있을까요? 저자들은 세 가지로 설명합니다.
첫째, 학습전략을 배운다.
공부에도 전략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초5 시절 「1등과 꼴찌는 공부방법 차이」 (-황별철/키출판사)라는 책을 읽은 덕에 죽도록 노력하면 된다느니, 공부 머리는 따로 있다느니(유전자설), 단순 반복이 최고다 등의 허위 주장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 「완벽한 공부법」이라는 제목대로 공부법 즉, 학습 전략에 대해서는 책 전반에서 다루고 있으니 책을 꼭 보세요!!
둘째, 자신의 실제 실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경험한다.
피드백을 경험한다는 게 뭔지 의아해하실 분들도 있을 텐데요, 책의 예시로는 연습문제를 꼭 푼다, 내용을 요약하다,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본다 등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못 푼 연습문제, 남에게 가르치다 막힌 부분이 바로 자신이 모르는 부분인 거죠. 이 부분은 누가 대신해줄 수 없는 부분이고, '혼공타임'을 최대한 확보해서 본인이 실행하는 게 관건이겠죠?
셋째, 인간의 인지 과정을 이해한다.
메타인지의 정의가 '나의 인지 과정에 대한 인지 능력'이라고 했잖아요? 따라서 인간이 세상을 인지하는 원리, 법칙을 이해하고 나면 메타인지가 향상됩니다. 문법의 기초를 닦고 나면 독해가 좀 더 명료해지는 것과 같은 효과랄까요?
인간은 어떻게 인지하는가?
빠르게 생각하기, 느리게 생각하기 인간의 생각 시스템
2002년 경제학계에 매우 흥미로운 사건이 벌어집니다. 바로 대니얼 카너먼이라는 교수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된 사건이죠. 이게 왜 흥미로운가 하면, 카너먼 교수는 경제학 교수가 아니라 심리학 교수거든요. 심리학과 경제학을 완벽하게 융합하여 행동경제학을 창시한 공로가 인정된 겁니다. - 이 공로의 절반은 1996년 고인이 된 공동연구자 에이머스 트버스키의 몫이다 - 이 위대한 지성, 카너먼이 《생각에 관한 생각》이란 책을 출간합니다.
카너먼은 이 책에서 인간은 두 가지 시스템으로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시스템 1 : 감각과 기억을 이용하여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상황을 평가한다. 무의식적이고 순간적이며 즉각적이다. → Thinking fast 빠르게 생각하기
시스템 2 : 의식적 분석과 추론 같은 느린 과정이다. 선택과 자기 통제를 전담한다. → Thinking slow 느리게 생각하기 |
시스템 1 빠르게 생각하기
- 하나의 대상이 다른 대상보다 더 멀리 있다는 점을 감지한다.
- 갑자기 소리가 난 곳으로 주의를 돌린다.
- 미완성된 문구를 완성한다.
- 끔찍한 사진을 보고 역겨운 표정을 짓는다.
- 상대방의 목소리에서 적대감을 감지한다.
- 빈 도로에서 자동차를 운전한다.
- (체스 대가라면) 체스에서 강력한 수를 찾는다.
즉, 시스템 1은 자동적이고 즉각적이며 노력과 수고가 거의 들지 않는 활동이죠.
시스템 2 느리게 생각하기
- 경기에서 출발 신호가 울리기를 기다린다.
- 복잡하고 시끄러운 방에서 특정인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 문서에서 a가 몇 개나 있는지 세어 본다.
- 누군가에게 전화번호를 알려 준다.
- 두 세탁기의 전반적인 가치를 비교한다.
- 복잡한 논리적 주장의 타당성을 확인한다.
- 17 × 24의 답을 구한다.
시스템 2의 상황들은 집중을 요구하는 활동입니다. 그리고 시스템 2의 활동 두 가지를 동시에 하기는 힘듭니다. 동시에 하려고 들면 강한 간섭이 발생하기 쉬운 것들이죠. 누군가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면서 17 × 24의 답을 구하라고 하면 엄~청 헷갈리겠죠?ㅎㅎㅎ
어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사람은 시스템 1과 2 중 무엇을 가동할까요? 신중하고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을 해야 하므로 '느리게 생각하기'를 가동할 것 같죠? 그런데!!!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
시스템 1의 영향력이 시스템 2보다 크고, 우리의 선택과 판단을 은밀하게 조종한다고 하네요. 각종 착각과 편향에 빠지게 되는 우리의 한계가 여기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난 유머 감각이 많다'고 여기는 즉각적인 생각, 시험 범위 내용을 몇 번 반복해서 읽고 다 이해했다고 느끼는 것은 시스템 1의 영향력에 조종당한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 1의 한계를 안다면, 유머 감각 테스트를 받거나 학습 내용의 연습문제를 푸는 식의 시스템 2를 거치면 착각이나 편향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거죠.
책에서 소개하는 메타인지(자신이 무엇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기)를 통한 학습 전략이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테스트, 연습문제 풀기, 요약하기 등)
한계를 알아야 한다 인지의 한계
기착.소실.사편 / 계오류.정예오류.평균이상 / 확.가.권 편향
한계가 뭔지 모르고 부딪히면 쓰러지지만, 한계가 뭔지 알면 그걸 넘어 서면 그만입니다. 그래서 저자들은 인지의 한계는 무엇인지 몇 가지를 소개하고 있어요.
1) 기억력 착각 : 자신의 기억 수준을 착각하는 것.
임의의 숫자 15개를 짧게 보여주고, 순서대로 얼마나 외울 수 있나 물었을 때, 40%나 되는 사람들이 10개는 넘게 맞출 거라고 했으나, 실제 10개 이상을 맞춘 사람은 고작 1퍼센트였다고 합니다. DNA 판독 결과 오판으로 밝혀진 사건의 70%는 목격자의 잘못된 기억 때문이고요.
2) 소박한 실재론 : 자신이 세상을 제대로 보고 있다고 순진하게 믿는 것.
많은 사람들이 마트, 호텔, 레스토랑 등의 여성 화장실 첫 번째 칸의 이용률이 제일 높을 거라고 생각해 두 번째나 세 번째 칸으로 들어갑니다. 재밌게도 그런 이유로 정작 첫 번째 칸의 이용률이 제일 낮대요.
3) 사후해석 편향 : 어떤 일이 벌어지고 난 후에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라고 생각하는 것.
큰 사고나 큰 재난이 터지면 그럴 줄 알았다는 사람이 갑자기 많아지죠? 퀴즈 쇼 정답이 발표되면 그럴 줄 알았다고 떠들고요. 문제풀이 시간에는 한마디도 없었으면서 말예요.
4) 계획 오류 : 자신의 실행력에 대한 과대평가.
연초에 우리는 지키지 못할 계획들을 어마어마하게 세우죠? 그땐 다 지킬 수 있다고 철썩 같이 믿었을 겁니다...
5) 정서 예측 오류 : 자신의 미래 감정을 잘못 예측하는 것.
서울대에 합격하고 복권에 당첨되면 평생 행복할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인간은 상황에 생각보다 빨리 적응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그 행복감은 오래가지 않는다고 해요. 덕분에 실연의 아픔도, 불합격의 절망도 시간이 해결해 줄 가능성이 높겠죠? 이 또한 지나가리...
6) 평균 이상 효과 : 어떤 항목이든 자신은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수험생이나 취준생에게 목표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평균 이상은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인에게 조직 내 자신의 위치를 물어봐도 '중간 이상은 될 것'이라고 답할 거고요. 평균과 평균 이하가 있어야 이상도 있는 걸 텐데 하나같이 자신은 평균 이상이라고 합니다.
7) 확증 편향 : 자신이 처음 생각했던 주장에 지지하는 근거만을 찾는 경향.
91건의 메타 분석에 따르면 자기 의견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선택할 확률이 자기 의견이 틀렸다는 정보를 고를 확률보다 2배 이상 높답니다. 이 확증 편향을 가장 잘 이용해먹는 사람이 사기꾼들이래요. 피해자들은 아무리 주변에서 '그건 사기다'라고 각종 근거를 내밀어도 자신이 속지 않았다는 정보만을 필사적으로 믿거든요.
8) 가용성 편향 : 내 기여도를 과장하는 것.
대학이나 직장에서 팀 프로젝트를 해 본 사람은 한번쯤 경험했을 거예요. 내 생각엔 영 뺀질거리는 팀원이 본인은 엄청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시츄에이션 말이죠. 혹은 부부에게 가정에 대한 기여도를 물어보면 둘 다 본인의 기여도를 50% 이상이라고 주장합니다. 둘의 기여도를 합치면 100%가 나와야 정상잖아요? 서로의 기여도에 대한 평가 차이는 팀워크나 관계가 무너지는 요인이 됩니다.
9) 권위자 편향 : 권위자의 말이라면 제 생각도 기꺼이 바꾸는 것.
한 다큐멘터리에서 자신의 확고한 철학으로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부모가 나왔어요. 교육 전문가가 자녀에 대해 컨설팅을 하고 사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강력하게 어필했습니다. 물론 모두 실험을 위한 거짓이었죠. 부모의 마음은 흔들렸고 급기야 학원을 보내기로 결정을 내립니다. 권위자가 항상 옳은 게 아니란 사실을 알면서도,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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